지난번 지점에서 멈추셨어요.
나이가 들면 뇌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데 중요한 해마는 중년 이후 해마다 조금씩 부피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201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한 연구는 이 질문에 꽤 고무적인 답을 내놓았습니다.
실험: 걷기 그룹과 스트레칭 그룹
연구팀은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노인 12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Erickson 외, 2011). 한 그룹은 1년 동안 일주일에 세 번,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유산소 걷기를 했고, 다른 그룹은 같은 횟수로 스트레칭과 근육 이완 운동을 했습니다. 실험 전후에는 MRI로 해마의 부피를 재고 기억력 검사를 했습니다.
1년 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유산소 걷기 그룹은 해마 앞쪽의 부피가 평균 약 2% 늘었고, 스트레칭 그룹은 약 1.4% 줄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정도의 증가가 나이에 따른 감소를 1~2년가량 되돌린 것과 비슷한 규모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체력이 더 많이 좋아진 사람일수록 해마 부피도 더 많이 늘었고, 해마 부피의 증가는 공간 기억 성적의 향상과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운동은 어떻게 뇌를 바꾸는가
연구팀이 함께 주목한 것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입니다. BDNF는 신경세포의 생존과 성장, 시냅스의 변화를 돕는 단백질로, 걷기 그룹에서는 해마 부피의 증가가 혈중 BDNF 수치의 증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동물 연구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촉진한다는 결과도 반복해서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사람의 뇌에서 이 과정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아직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이 연구를 읽을 때 기억할 점
- 참가자는 55~80세의 노인이었습니다. 젊은 성인에게서 같은 크기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비교 대상이 ‘아무것도 안 함’이 아니라 ‘스트레칭’이었다는 점은 이 연구의 장점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일정에 참여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걸러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후 여러 연구를 모은 분석에서는 운동이 해마 부피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에 대해 결과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한 편의 연구가 아니라 꾸준히 쌓여 가는 근거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의 실행
- 퇴근길 한 정거장을 걸어 보세요. 연구 속 운동은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는 걷기였습니다.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는 어려울 정도의 속도가 기준입니다.
- 일주일 세 번, 40분을 목표로 천천히 늘리세요. 연구 참가자들도 처음에는 10분 정도로 시작해 몇 주에 걸쳐 시간을 늘렸습니다.
- 같은 시각에 붙이세요. “퇴근해서 신발을 갈아 신기 전에 동네를 한 바퀴”처럼 매일 일어나는 상황 뒤에 걷기를 붙이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쉽습니다.
- 기록은 기분 대신 숫자로. 걸은 시간과 거리를 적어 두면 2~3달 뒤 체력의 변화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병이 있거나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운동 강도를 높이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세요.
참고 문헌
- Erickson, K. I. et al. (2011). Exercise training increases size of hippocampus and improves memo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7), 3017–3022.
- Hillman, C. H., Erickson, K. I., & Kramer, A. F. (2008). Be smart, exercise your heart: exercise effects on brain and cognit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9(1), 5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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