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지점에서 멈추셨어요.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우리는 보통 밤의 습관부터 고칩니다. 침대에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커피를 줄이고, 일찍 눕습니다. 모두 의미 있는 일이지만, 뇌과학은 한 가지를 더 권합니다. 잠의 시작은 그 전날 아침에 이미 정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 열쇠는 아침에 눈으로 들어오는 빛입니다.
뇌 속에는 24시간보다 조금 긴 시계가 있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쌀알보다 작은 신경세포 집단, 시교차상핵(SCN) 이 있습니다. 이곳이 몸 전체의 하루 리듬을 지휘하는 중추 시계입니다. 체온, 호르몬 분비, 졸음과 각성의 파도가 모두 이 시계의 박자를 따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계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깥의 시간 단서를 모두 차단한 실험에서 사람의 생체시계 주기는 평균 약 24.2시간으로 측정되었습니다(Czeisler 외, 1999).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늦어지는 시계를 그대로 두면 잠드는 시각과 깨는 시각은 조금씩 뒤로 밀립니다. 그래서 뇌는 매일 시계를 바깥 세계에 다시 맞춰야 하고, 그 기준 신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빛입니다.
눈에는 ‘보는 것’과 별개로 ‘시간을 재는’ 세포가 있다
망막에는 사물을 보는 데 쓰이는 원뿔세포와 막대세포 외에도, 멜라놉신이라는 광색소를 가진 특별한 신경절세포(ipRGC)가 있습니다. 이 세포는 형태를 보는 대신 주변이 얼마나 밝은지를 재고, 그 정보를 시교차상핵으로 곧장 보냅니다(Berson 외, 2002).
시교차상핵은 이 신호로 “지금이 아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시계를 앞으로 당깁니다. 그 결과 저녁이 되면 졸음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제때 분비되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아침빛이 부족하고 밤늦게까지 밝은 빛을 보면 시계는 계속 뒤로 밀립니다. 실제로 잠들기 전 일반적인 실내조명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는 시점이 늦어지고 분비 시간이 짧아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Gooley 외, 2011).
실내 불빛은 생각보다 어둡다
사람의 눈은 밝기 차이에 금세 적응하기 때문에 실내가 충분히 밝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도계로 재 보면 차이가 큽니다. 일반적인 실내조명은 대략 수백 럭스 수준인 반면, 흐린 날의 바깥도 보통 그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 밝고, 맑은 날 햇빛은 수만 럭스에 이릅니다. 창가에 앉아 있는 것과 밖에 나가는 것은 생체시계 입장에서 전혀 다른 신호인 셈입니다.
시간대가 신호의 의미를 바꾼다
빛은 언제 보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효과를 냅니다. 대체로 아침에 보는 빛은 시계를 앞당겨 밤에 일찍 졸리게 만들고, 늦은 밤에 보는 밝은 빛은 시계를 늦춰 잠드는 시각을 뒤로 미룹니다. 그래서 “빛을 많이 보라”는 조언보다 “아침에 밝게, 밤에 어둡게” 라는 조언이 더 정확합니다.
오늘의 실행
- 일어나고 한 시간 안에 바깥으로 나가 보세요. 출근길을 조금 더 걷거나, 베란다나 현관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맑은 날은 10분 안팎, 흐린 날은 조금 더 길게 잡습니다.
- 해를 직접 쳐다보지는 마세요. 눈으로 들어오는 주변의 밝기가 중요할 뿐, 태양을 바라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선글라스는 이 시간만큼은 잠시 벗어 두세요(눈 질환이 있다면 안과 의사의 안내를 따르세요).
- 저녁에는 조명을 반대로 운영하세요. 잠들기 1~2시간 전부터 천장의 밝은 조명 대신 낮은 스탠드를 켜고, 화면 밝기를 낮춥니다.
- 주말에도 기상 시각을 크게 바꾸지 마세요. 아침빛 신호가 매일 비슷한 시각에 들어와야 시계가 안정됩니다.
빛은 약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하루 이틀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일주일 정도 꾸준히 같은 시각에 아침빛을 보고 잠드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록해 보세요. 불면이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수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문헌
- Czeisler, C. A. et al. (1999). Stability, precision, and near-24-hour period of the human circadian pacemaker. Science, 284(5423), 2177–2181.
- Berson, D. M., Dunn, F. A., & Takao, M. (2002). Phototransduction by retinal ganglion cells that set the circadian clock. Science, 295(5557), 1070–1073.
- Gooley, J. J. et al. (2011). Exposure to room light before bedtime suppresses melatonin onset and shortens melatonin duration in humans.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96(3), E463–E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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